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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025 #20 소비 그 덧없음에 대하여100일 글쓰기 2019. 10. 27. 01:10
#20 소비 그 덧없음에 대하여 마지막 과외비까지 모두 받아버린 후 나는 최근 흥청망청 돈을 쓴다. 카페를 들려서 단 걸 마구 먹으며 행복해한다. 한동안 관심을 끊었던 문구용품을 사들이고, 책을 한가득 사모은다. 피부용품도 세일 상품이라는 핑계로 망설이지 않고 여러 개를 사고, 먹고 싶은 게 생기면 배달앱으로 시켜먹는다.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와 약속을 잡아서 식사를 했고, 핫한 카페에 가서 예쁜 조각케이크를 사 먹었다. 유난히 예쁜 케이크로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그 카페는 사람이 들끓어서 대기를 꽤나 오랜 시간 동안 해야 했는데 그동안 친구와 나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스콘을 사고, 양말을 사고, 귀걸이와 키링을 사는 둥 자잘한 소비를 또 했다. 케이크를 해치우고는 올해가 끝낼 때까지 만나지 못할 거라는 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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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024 #19 핑계, 반성과 다짐100일 글쓰기 2019. 10. 26. 01:08
#19 핑계, 반성과 다짐 평생을 반성과 다짐을 반복하며 살아왔다. 내린 결론은 그 습관은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다는 것이었다. 반성과 다짐으로부터 도출된 '새로운' 나에 대한 기대는 며칠, 몇 시간 만에 무너지기 일쑤였고 나는 곧 반성도, 다짐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불쾌한 경험을 하면 뭐든 해야한다, 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부정적인 감정을 나에게서 떨쳐내고 싶어 진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먹는다. 반성과 다짐을 할 거면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기기로. 그래서 무슨 얘기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구구절절이냐고? 다짐하고 싶어서이다. 더이상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미래를 기대하며 현재의 불행함을 핑계로 전시해놓고 싶지 않다. 내가 지금 어떠한 핑계를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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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023 #18 좁은 곳에 처박혀있고 싶어하는100일 글쓰기 2019. 10. 24. 01:51
#18 좁은 곳에 처박혀있고 싶어 하는 좁은 공간을 좋아한다. 시야에 다 들어오는 네 개의 벽이 나를 보호해주는 느낌 이어서일까. 넓은 곳을 추구하도록 교육받았고, 넓은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재차 말하고는 하지만 가끔씩은 나는 좁은 곳에서 더 행복을 느끼는데 괜한 헛수고를 하는 게 아닐까라는 허탈함이 피어오른다. 우울하다는 얘기. 생각을 하지 말자. 방을 치우고 목욕을 하고 캔들을 켜고 뭐라도 쓰자. 책을 읽자. 메모를 하자. 나를 채워나가자. 오늘은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는데 더 우울하네요. 이게 더 절망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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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022 #17 아직 시도는 안 해봤습니다만100일 글쓰기 2019. 10. 23. 01:12
#17 아직 시도는 안 해봤습니다만 아직 시도는 안 해봤습니다만, 언젠가는, 아니 조만간 꼭 할 것이라고 마음먹은 게 세 개 있습니다. 1. 담배 길거리에서 중년 남성들이 피고 다니는 악취나는 일반 담배가 아니라, 달콤한 냄새가 퐁퐁 피어오르는 전자담배를 피고 싶습니다. 정말 담배가 진심으로 피고 싶은 건지, 아니면 담배 피우는 인간이 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뭐 중요할까요. 담배를 피우는 여성에 대한 동경도 있고, 담배를 피우면 그게 나를 설명해주는 하나의 요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유치한 소망도 있고, 뭐 그래요. 2. 타투 타투를 아직 하지 않은 이유는 한 가지뿐입니다. 내 몸에 새길만큼 와닿는 문구나 그림을 아직 못 찾았어요. 새길 부위는 세 곳을 생각해봤습니다. 발목, 쇄골,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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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플레이리스트 (1) No Lyrics아이팟 2019. 10. 22. 02:17
언제 유튜브에서 해당 영상이 사라질지 몰라 기록. 로우파이믹스는 뭘 들으나 다 거기서 거기 같아 재즈 플레이리스트만. 1. Kenny Burrell: Moon And Sand(Full Album) https://youtu.be/QuyTO3kaSsk 2. Gerry Mulligan: Night Lights(Full Album) https://youtu.be/u5PG7aRYS1k 3. Erik Satie: Gymnopedies & Gnossiennes(Full Album) https://youtu.be/5pyhBJzuixM 4. Herb Ellis & Remeo Palmier: Windflower(Full Album) https://youtu.be/fAi7IeJG-6Y 5. https://music.ap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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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021 #16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100일 글쓰기 2019. 10. 22. 01:59
#16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요? 많은 것들로 가득 차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다. 그리고 그 세계는 수도 없이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가 자라면서 겪은 것들, 읽은 것들, 느낀 것들, 만난 사람들, 지금 그의 가치관까지. 그 세계가 복잡하고 가들 차 있어서 남들이 보기에, 혹은 내가 추억하기에 무궁무진하게 흥미로웠으면 좋겠다. 많은 일들을 겪어보고 싶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그렇게 많은 게 쌓이면 내 취향이라는 확고한 세계가 또 하나 생기고 취향이라는 안경을 쓰고 나는 내가 싫어할 것으로부터 나를 보호할 수 있겠지. 경계해야 할 것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에는 객관성과 정확성이 결여된 정보들, 과장된 의견들이 넘쳐나고 그것은 한 사람의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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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1~ 191021일기 2019. 10. 21. 02:19
191011 21:11 1. 을 사서 읽었다. 오목교역 의자에 앉아서 한번에 읽어버렸다. 좋은 소설이었고, 부지런해지도록 동기가 부여되는 것같다. 소설 책을 읽고 이러는 건 살짝 오글거리나? 과 도 사서 읽고 싶었는데..... 내 지갑. 두 책 모두 책이 알차게 만들어져 있었고(글자로 페이지가 꽉꽉 채워져 있었으며 두꺼웠다는 소리다) 역시 비쌌다. 오늘도 돈 때문에 우는 군. 2. 아이스 라떼를 만들어 마시는 것에 꽂혔다! 카누를 뜨거운 물에 녹이고 우유와 섞어서 텀블러에 담아서 마시면 세상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어머니가 초등학교 교사셔서 퇴근길에 반에서 남는 흰우유를 몇팩씩 들고오시기 때문에 돈 걱정 없이 마음껏 만들어 마실 수 있다. 3. 부지런해지자. 4. Steven Universe 시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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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019 #14 휴가를 잘 보내는 방법100일 글쓰기 2019. 10. 20. 05:19
#14 휴가를 잘 보내는 방법 일 년의 자체 휴가도 서서히 끝나간다. 열두 시간이 넘게 잠만 잔 날도 있었고, 멍하니 인터넷만 돌아다니던 날도 있었다(사실 이런 날이 대부분이었다). 드물게는 적당한 수면 시간을 지키고 인터넷을 멀리 한 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요리를 하고, 운동을 하고 뿌듯한 기분으로 하루를 끝낸 날도 있었다. 드라마 시리즈에 꽂혀 하루 종일 노트북 화면만 들여다본 날도 있었고, 느지막이 일어나 멍만 때리다가 저녁이 되면 일본 영화를 보며 차를 마시다가 언니와 떠들면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초반에는 계속 나를 저주하고, 흘려보낸 하루를 후회했다. 밤이 되고 자기 직전이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여름이 되면서 조금 나아졌고, 지금은 왔다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