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
<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서재 2019. 11. 10. 01:41
일간 이슬아 수필집 작가: 이슬아 출판사: 헤엄출판사 투박한 제목이 눈에 띄어서, 가격에 충실한 두께와 빼곡한 글자에 이끌려서 산 수필집. 때문에 여기저기 화제가 된 기획이라는 건 알지 못했다. 요즘 나온 책답지 않게 두꺼운 내지에 활자가 한가득 박혀 있어서, 두세 번은 나눠서 읽었다. 누군가가 상자에 소중하게 보관해둔 일화들의 포장지를 하나하나 뜯어보는 기분이었다. 며칠간 수필을 해치우면서, 점점 읽을거리가 사라진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도 생생한 글을 읽는 즐거움에 취해있었다. 이슬아 씨는 한 글 당 오백 원씩, 한 달에 만원을 받고 본인이 쓴 수필을 팔았다. 이 책은 그렇게 3월부터 8월까지, 매일매일 반년동안 쓴 수필 85개를 묶은 수필집이다. 반 년동안 부지런히 하루에 한 개의..
-
<취미는 전시회 관람> 한정희서재 2019. 11. 6. 23:43
취미는 전시회 관람 작가: 한정희 출판사: 중앙북스 도대체 미술관에 가서, 전시회에 가서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길래 한 그림 앞에서 몇 분을 머물러있을 수 있는지가 아직도 궁금하다. 부끄럽지만 나에게 미술관은 '간지'를 챙기는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 여행을 앞두고, 수많은 미술관을 필수 절차처럼 들리기 전에 뭘 해야 할까, 고민이 들었고 순수미술을 왜,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고른 책이 이 책이었다. 내 의문에 직접적인 답을 해주지는 않지만, 미술관의 에듀케이터로써 저자는 친절하게 미술관을 어떻게 즐길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미술 감상이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즐거움이란 구체적으로 어떻게 찾아오는지. 미술관에서 전시가 계획되고 진행되는 ..
-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김봉석서재 2019. 11. 6. 23:34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작가: 김봉석 출판사: 북극곰 인생을 살아가고 선택을 내릴 때 모든 것이 원인이 있고 논리적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삶은 우연과 알 수 없는 이끌림이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내가 왜 이때 이렇게 행동했는가, 이런 선택을 하였는가를 따져보기 시작하고 그 원인을 좇는 것은 가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특이하게도 그 원인의 대부분이 대중문화인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평론가들의 인생이 다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대중문화-영화와 음악, 만화와 소설-에 심취한 삶을 산 저자는 자신이 겪었던 일과 했던 생각을 접했던 대중문화와 연결 지어 글을 썼다. 게을러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만 때리는 유년시절을 보냈던 나와 달..
-
<J. M. 베리 여성수영클럽> 바바라 J. 지트워서재 2019. 11. 4. 19:53
J. M. 베리 여성수영클럽 작가: 바바라 J. 지트워 출판사: 북레시피 전형적인 뉴요커 '조이'가 일로 영국에 출장을 가서 친구를 되찾고, 여성수영클럽에서 운동과 친구들의 가치를 깨닫고, 사랑을 찾는 얘기. 올해 읽었던 와 이 생각나는 소설이었고, 괜찮았다. 나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 가치있는 것들을 끌어안는 소설을 대체로 좋아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수영클럽의 이야기가 새로운 사랑을 깨닫는 이야기보다는 비중이 커도 되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워해본다. 조이는 책의 초반부에서 커리어 대신 사랑과 안정적인 가정을 선택한 친구 새라를 보며 이질감을 느끼며, 그녀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면모를 보이다가도 매력적인 남성을 보고 거침없이 돌진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기분이..
-
<가능한 꿈의 공간들> 듀나서재 2019. 11. 4. 19:37
가능한 꿈의 공간들 작가: 듀나 출판사: 씨네21북스 나는 듀나를 좋아한다. 공룡의 종류를 모르는 대중에 관해서 투덜거리고, 러블리즈를 덕질하고, 를 들추다 보면 가끔씩 그녀/그가 쓴 단편이 보이고. 잊을만하면 내 영역에 얼굴을 들이미는 그/그녀는 특이하고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객관적인 위치에서 작품을 평가하는 다른 평론가, 칼럼니스트와 달리 듀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서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듀나가 본인의 취향에 따른 과격한 평가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할 때는 본인의 감상을 최대한 절제하고 정돈된 글을 쓴다. 많은 사람들이 후자를 모르고 전자로만 듀나를 판단하고 비난을 내뱉는데, 그런 평을 보면 속이 꼬인다. 지금까지 읽어보았던 평론집들은 대부분 ..
-
다시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를 읽고서재 2019. 11. 4. 02:35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작가: 이다혜 출판사: 예담 여행을 왜 좋아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어렵다. 여행의 의미가 과장됐다고 비판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여행을 다니는 집착을 못 이겨내는 사람이다. 올해 초에 읽었던 에세이인데, 하나의 긴 여행을 앞두고 다시 읽었고, 사무치게 좋았다. 1. 그냥 떠나고 싶어서 핑계를 만든다. 나는 너무 지쳤어. 잠깐 여기서 끊어갈 타이밍이라고 느낀다.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생각을 하고 싶어졌어. 아주 멀리까지 내다보면 무엇이 보일까 궁금해. 신발이 발에 너무 잘맞아서, 여권에 빈칸이 많아서, 경주에 가본 지 오래되어서..... pg.16 지난 여행의 기억은 일상을 버티는 힘이 되어준다. 빈의 거리를 누비며 찍은 영상, 더워서 쓰러질 것..
-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민지형서재 2019. 10. 19. 01:39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작가: 민지형 출판사: 나비클럽 깔깔거리면서 신나게 읽었다. 페미니스트 여자친구에 관한 소설이라니! '나'는 사 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해 다른 여성들과 짧은 만남만을 반복하고 있는 한국의 평범한 남성이다. 부모님은 '나'를 볼 때마다 결혼은 언제 할 것이라며 닦달을 해대고, '나'는 임신 중단 합법화를 외치는 거리의 여성들을 보며 메갈들이 많아진 세상에 한탄한다. 그러다가 시위를 하던 무리 중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한 메갈녀가 '나'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전 여자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둘은 오랜만의 재회에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전 여자친구는 '나'를 보며 한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나'는 메갈이 되어버린 전 여자친구에게..
-
<아무튼, 계속> <아무튼, 잡지> 메모서재 2019. 10. 15. 01:40
이러다가 아무튼 시리즈를 독파해버릴 지경.... 계속 읽게 되는 이유를 정리해보자면 1. 얇아서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읽는데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듯?(굳이 첨언하자면 나는 진지한 비문학만 아니면 빠르게 책을 읽는 타입이다. 는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20분 만에 해치움) 2. 얇은 데다가 크기도 작다! 들고 다닐 때 부담되지 않는다. 3. 가벼운 에세이류를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아무튼 시리즈는 너무나 사소하지만 누군가는 분명히 애정을 가지고 있을 한 가지 주제에 관한 에세이이다. 한 권을 독파할 때마다 성취감이 드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나에게 익숙한 주제면 이것에 나와 비슷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역시 존재했군!이라는 안도감이 찾아오고, 낯선 주제면 익숙하지 않은 세계를 조금이나마 둘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