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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019 #14 휴가를 잘 보내는 방법100일 글쓰기 2019. 10. 20. 05:19
#14
휴가를 잘 보내는 방법
오레키 호타로 일 년의 자체 휴가도 서서히 끝나간다.
열두 시간이 넘게 잠만 잔 날도 있었고, 멍하니 인터넷만 돌아다니던 날도 있었다(사실 이런 날이 대부분이었다). 드물게는 적당한 수면 시간을 지키고 인터넷을 멀리 한 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요리를 하고, 운동을 하고 뿌듯한 기분으로 하루를 끝낸 날도 있었다. 드라마 시리즈에 꽂혀 하루 종일 노트북 화면만 들여다본 날도 있었고, 느지막이 일어나 멍만 때리다가 저녁이 되면 일본 영화를 보며 차를 마시다가 언니와 떠들면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초반에는 계속 나를 저주하고, 흘려보낸 하루를 후회했다. 밤이 되고 자기 직전이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여름이 되면서 조금 나아졌고, 지금은 왔다 갔다 한다. 결국 휴가기간 동안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커다란 의미가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냥, 잠깐의 공백이 생긴 것뿐이다.
그래도 아무런 일정이 없던 하루가 끝날 때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날과 긍정적인 감정이 드는 날은 상이하게 나뉜다. 그러면서 내가 휴일을 잘 보냈다는 느낌을 언제 받는지도 정리해낼 수 있게 되었다.
휴일를 잘 보냈다는 느낌이 드는 하루는 첫 째, 뭔가를 성취해낸 하루이다. 한참 동안 글을 쓰고 쌓인 결과물을 볼 때가 가장 기분이 좋지만,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성취'라는 단어를 쓰겠다. 벼르고 있던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를 완주해낸다든지, 앨범 정리를 한다든지, 두 번째, 인터넷과 완전히 분리되어 지낸 하루이다. 인터넷을 멀리하면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간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요리를 하거나, 운동을 하면 나 스스로를 아껴주는 기분이 든다. 좀 더 가치 있는 인간이 된 듯하다.
사실 말이 휴가지 나에게도 과외 일이 중간중간 있어왔고, 때문에 완전히 쉰다는 느낌을 못 받는다고 투덜댄 적도 많았다. 하지만 과외 준비를 끝마치고, 과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벅차오르는 성취감은 일정량의 노동은 사람에게 활기를 준다는 진부한 교훈을 주었다. 너무 혼자 고립되어있다는 두려움이 닥칠때는 친구들과 만났다. 술을 마시고, 카페에서 떠들고, 영화를 보고. 인간관계가 하나의 즐거움일 수도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제대로 깨닫는다.
이렇게 사회로 복귀할 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게 반가운지 두려운지 판단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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