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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13 #31 현실을 붙잡아야지100일 글쓰기 2019. 11. 14. 03:49
#31 현실을 붙잡아야지 현실을 붙잡아야 한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것에 시간을 많이 쏟고 있다. 전에는 막연하게 나의 문제는 인터넷 중독이다, 하고 규정하고 넘겼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넘겨짚고 갈 일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인터넷 중독이라기보다는, 멍하니 손을 움직이고 여러 가지 정보를 흡수하는 단계를 못 벗어나는 것 같다. 트위터,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이미지를 눈으로 훑고, 결코 의미 없는 정보까지는 될 수 없는 짧은 글귀들을 읽고, 뭔가 끌리는 내용이 있으면 화면을 덮고 머릿속으로 상상을 한다. 현재에 머물러 있지도 않는다. 과거를 계속 그리워한다. 예전에 스쳤던 사람, 읽었던 내용, 좋아했던 글, 영상, 드라마. 문득 그중 하나가 뇌리에 떠오르면 인터넷을 뒤지고 그때의 감정을 느낀다. 그렇다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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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11 #29 이야기는 어디서든 샘솟을 것이라는 믿음100일 글쓰기 2019. 11. 12. 01:26
#29 이야기는 어디서든 샘솟을 것이라는 믿음 https://www.youtube.com/watch?v=ZvO97827ajg 이야기는 어디서든 샘솟을 것이라는 믿음. 언제든 나를 지탱해준 이야기의 존재. 이야기가 다가올 것이라는 믿음과 내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까지. 동화적이고, 유치한 것을 좋아한다. 성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주인공이 미성숙한 십 대인 것을 좋아한다. 사랑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를 생각하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파스텔 색깔, 미국 애니메이션 그림체, 말랑말랑한 로우파이 음악,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거대한 서재와 다락방. 일상에 끼어든 비일상적인 존재를 사랑한다. 한 이야기에 이끌린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이야기를 좋아한다. 낯선 장소로 들어가는 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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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10 #28 MBTI100일 글쓰기 2019. 11. 11. 00:54
#28 MBTI 처음 엠비티아이 검사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이다. 창체 수업 중 진로와 관련된 외부강사의 강의를 듣는 날이 있었는데, 그 강사는 반 전체에 MBTI 검사지를 돌리고 자신의 유형을 알아보라고 말했다. 나는 아싸 오브 아싸인 INFP를 판정받았고, 그 유형인 사람들은 손을 들라고 강사가 말하는 것을 듣고 번쩍 손을 들었다. (그렇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관종이었다.) 여러분, 이 친구 되게 조용하고 낯 가리죠? 강사는 크게 교실에게 물어봤고 교실 전체가 웅성거리며 동의했다. 친한 친구 세명은 내 근처에서 키득거렸고, 크게 부정했다. 에에, 절대 아닌데? 이렇게 서술하니 되게 따뜻한 기억 같지만, 그냥 스쳐 지나갔던 특이한 순간들 중 하나일 뿐이다. 다시 MBTI 검사를 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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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3~191110일기 2019. 11. 10. 02:18
191023 1:20 1. 평생 세 곡만 들을 수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나는 의외로 쉽게 정할 수 있었다. -daft punk: something about us -oasis: champange supernova -이상은: 바람의 화원 2. 요즘 새벽이 가지고 있는 나른하고 싸늘한 분위기. 캔들을 켜놓고 cigarretes after sex 음악을 틀어놓고 로맨스 판타지를 읽다가 잠들 것이다. 3. 생각보다 우울한 드라마였다. 5화까지 보다가 하차하고 시작. 191104 2:39 1. 넷플릭스를 한참 열심히 보다가 그만뒀다. 는 시즌 1을 겨우 끝냈고, 는 중간 정도 보다가 멈췄고.... 이것저것 재생해봤지만 계속 볼 의욕이 드는 게 없다. 일단 를 끝까지 달리고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올까. 2. 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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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서재 2019. 11. 10. 01:41
일간 이슬아 수필집 작가: 이슬아 출판사: 헤엄출판사 투박한 제목이 눈에 띄어서, 가격에 충실한 두께와 빼곡한 글자에 이끌려서 산 수필집. 때문에 여기저기 화제가 된 기획이라는 건 알지 못했다. 요즘 나온 책답지 않게 두꺼운 내지에 활자가 한가득 박혀 있어서, 두세 번은 나눠서 읽었다. 누군가가 상자에 소중하게 보관해둔 일화들의 포장지를 하나하나 뜯어보는 기분이었다. 며칠간 수필을 해치우면서, 점점 읽을거리가 사라진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도 생생한 글을 읽는 즐거움에 취해있었다. 이슬아 씨는 한 글 당 오백 원씩, 한 달에 만원을 받고 본인이 쓴 수필을 팔았다. 이 책은 그렇게 3월부터 8월까지, 매일매일 반년동안 쓴 수필 85개를 묶은 수필집이다. 반 년동안 부지런히 하루에 한 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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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08 #26 과거의 행복을 되풀이하다100일 글쓰기 2019. 11. 9. 04:29
#26 과거의 행복을 되풀이하다 유튜브를 한없이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새로운 영상을, 새로운 유튜버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예전에 보았던 좋았던 영상들을 다시 찾아보며 내가 꽂힌 부분을 반복한다. 예전에 좋아했던 소설을 다시 펼쳐보기도 한다. 애걔, 겨우 이런 거였어?라는 감정이 들 때도 있고, 우와, 지금 봐도 엄청나네 같은 감상이 들 때도 있고. 중고등학생 때는 언니와 돈을 모아서 일본 만화책을 사들였는데 (한 권에 오천 원 언저리였으므로, 적은 돈으로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만화책을 모서리가 닳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읽고는 했다. 과거의 행복을 되풀이하다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즐거움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지금도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면 두려움에 덮여 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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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07 #25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불만100일 글쓰기 2019. 11. 8. 01:45
#25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불만 나 같은 경우,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불만은 '불평등'하다는 인식 때문에 생긴다. 나는 너에게 이만큼을 해주는데, 감히 너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는 드라마 속 대사로 대변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걸 솔직하게 표현하자니, '내가 너를 이렇게나 소중하게 대하고 있어!'라고 고백하는 게 남사스럽기도 하고, 상대방은 그렇다고 인식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감정도 있고. 뭐, 해결방법을 찾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그럴 때는 상대방에게 신경을 끄기로 결심한다.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나만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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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06 #24 호랑이 모형100일 글쓰기 2019. 11. 7. 00:03
#24 호랑이 모형 나에게는 자그마한 호랑이 모형이 있다. 음, 이걸 '모형'이라고 하나? 어린 시절 무서울 만큼 커다란 물욕을 지니고 살았던 나는 가치 없는 잡동사니들을 얻어내고 버리는 짓을 수도 없이 반복했는데, 이 호랑이 모형은 그 많은 시도 사이에서 살아남았다. 많은 것이 갖고싶었다. 이유는 거창했을 때도 있고, 터무니없을 때도 있었다. 책에서 나오는 이 인물이 아미 나이프를 지니고 다니는데 (퍼시 잭슨의 아나베스입니다) 나는 이 인물처럼 쿨해지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고, 마침 자연사 박물관의 기념품샵을 들리는데 딱 아미 나이프가 보이고, 그러면 어떻게든 드러누워서라도 물건을 얻어내고. 이런 식이었다. 내가 왜 이런 인간이었는지는 잘 모른다. 부모의 탓을 할 수도 있고, 하기에 너무 치사하다 싶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