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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나의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연대기 (1)100일 글쓰기 2020. 3. 8. 03:31
#84 나의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연대기 이 주제가 퍼뜩 떠오른 것은 나의 10대를 어느정도 차지하는 하이큐!라는 만화의 최근 전개를 알고 충격에 빠졌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alert] 하이큐!란 고등학생인 히나타 쇼요, 카게야마 토비오가 주인공인 배구 만화다. 존나 재밌다. 둘은 카라스노 고등학교 배구팀에서 뛰며 전국대회까지 진출하는데..... 자,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까지는 내 알 바가 아니다. 그런데 그러면 그 둘의 다음해를 비춰야 할 것 아닌가. 만화는 곧바로 카라스노의 실패 이력을 줄줄 읊은 후, 둘이 성인이 된 후 프로가 된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나는 고등학생 때, 자퇴생 때 하이큐를 매주 챙겨 보며 둘이 1학년을 끝내고 새로운 인재가 카라스노로 들어왔을 때의 미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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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힙스터100일 글쓰기 2020. 2. 17. 01:55
#83 힙스터 힙스터: 독특한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젊은이 (출처: 위키백과) 나는 힙스터가 아니다. 그런데 힙스터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진정한 힙스터는 본인을 힙스터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 세 모순적인 문장이 나를 조금이나마 정의한다. 언제나 소수로 살아왔던 것 같다. 나는 주류 아이들과 잘 섞이지 못했고, 주류 문화의 변두리에서 스스로를 숨기며 살아왔다. 남들은 하지 않는 행위를 하며 나를 특별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이는 보잘것없는 인생을 계속 살아가는데 의외로 큰 힘이 되어주었다. 요즘은 오히려 이를 비웃는 세태가 만연하지만,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들이 너무 냉소적으로 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각광받지 못하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고, 소수자의 인권을 대변하려 노력하고, 내 취향이 뭔지를 열심히 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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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한가함100일 글쓰기 2020. 2. 17. 01:22
#82 한가함 정말로 한가하다. 약속이 별로 생기지도 않지만, 생기면 재깍재깍 받아들일 정도이고, 카톡 상태 메시지도 한가함이다. 한가함을 그렇게 즐기고 있지도 않고, 괴로워하지 있지도 않다. 언제나처럼 도태의 주원인인 트위터와 유튜브를 들락날락거리며 시간을 죽이다가, 이러다가는 개강 전에 100일 글쓰기를 끝내기는 정말로 글러먹었다는 걸 깨닫고 티스토리에 돌아왔다. 다행히 유행성 질병의 습격으로 개강이 2주 늦춰졌으므로, 조금만 부지런해진다면 100일 글쓰기를 학교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이다. 본래 제목을 정할때 고심하지만, 정말로 다루고 싶은 주제도 없고 내 상태가 '한가함' 그 자체기 때문에 제목도 게으르게 지었다. 읽는 사람이 있다면 양해를 바란다. 정말로 한가해서 글을 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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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하나를 줄기차게 쓴다는 것100일 글쓰기 2020. 2. 1. 03:46
#81 하나를 줄기차게 쓴다는 것 강박증이 있다. 뭐든지 분류해야 한다는 것! 아무래도 mbti가 intp인 사람들은(자꾸만 mbti를 언급해서 미안하다) 공감하겠지만,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완벽히 정리를 해놓아야 할 것 같다. 물건을 사기 전에, 그리고 한 종류의 물건이 여러개 생길 때 이 성질은 더욱 심각해진다. 요컨대 이런식이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자질구레한 틴케이스를 몇 개 사모았다. 그런데 막상 화장대에 함께 올려두니 별로 예쁘지가 않다. 가지고 있는 귀걸이를 열심히 분류해서 집어넣어두었는데, 분류체제도 마음에 들지 않고(한 개만 계속 사용하게 된다) 찝찝하다. 그러므로 새로운 악세사리함을 마련해야 할 것 같은데 또 새로운 악세사리함이 생기면 내 틴케이스들은 어떠한 용도로 사용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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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사람을 좋아한다100일 글쓰기 2020. 1. 28. 04:34
#80 사람을 좋아한다 일부로라도 약속을 계속 잡아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 기숙학원 친구, 잠깐 얼굴을 본 사이인 동기, 어쩌다 연락이 된 학원 친구 등등. 장난으로 만들었던 "만나 볼 사람들" 체크 리스트는 의외로 부지런하게 채워져가고 있고 나는 나자신에 대한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떠드는 게 재밌고, 맛있는 걸 같이 먹는게 좋다. 한심하다고만 여겼던 인스타그램도 이제는 왜 하는지 알 것 같고, 뭐 그렇다. 의외로 꾸준히 약속을 잡고 사람과 술을 마시는 짓거리를 계속하는 나를 보며 언니는 희한하다고 했다. 나는 생각보다 내가 사람을 좋아한다고 대꾸했다. 언니는 오랫동안 사람들과 제대로된 교류가 없어서 이제 너무나도 지루해진 것이 아닐까, 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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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생각을 덜하자100일 글쓰기 2020. 1. 16. 02:22
#79 생각을 덜하자 어째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계속 나 자신을 다그치는 글을 계속 쓰게 되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다. 깨달은 건 많으면서 실행하는 게 너무 적어서 나아진 게 없는 걸. 생각, 생각, 생각. 머릿속이 이런저런 생각들로 가득 차서 몸을 움직이기가 싫고 멍하니 앉아서 생각을 다듬 고만 있다. 결국 해낸 건 없고, 우울해지고. 러닝화를 사겠다고 다짐하고 사기까지 일주일이 걸린다든가, 기초화장품을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했다든가. 백일 글쓰기도 계속 띄엄띄엄하고 있고. 방은 여전히 난장판이고. 티켓을 붙여서 만드려고 했던 여행 다이어리도 아직 못 끝냈다. 아, 데일리 플래너는 이제야 도책했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상담을 받고 있다. 이월 첫째 주까지만 받고 끝내버릴 생각이다. 경제적인 이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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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상상력이 빈약하다100일 글쓰기 2020. 1. 13. 01:10
#78 상상력이 빈약하다 돈을 무서울 정도로 벌고, 잘생겼다. 남자다. 나이가 많고 생활에 안정이 찾아온다. 그러고는 하나같이 성매매를 한다.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에 올랐음에도 그런 생활을 유지하는 그들을 보며 누군가는 혀를 끌끌 차며 너무나도 상상력이 빈약해서 어이가 없다고 했다. 하나같이 부유함의 상징으로 그리는 추한 삶을 하나같이 꾸려나가는 게 너무나도 전형적이고, 한심하다고. 한때는 늙은 여성을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얼굴에 주름이 보이면 젊은 날의 사진을 가져다 대며 젊은 게 좋지, 늙어서까지 화면에 얼굴을 보이다니. 화장기 없는 얼굴을 볼 때도 불편했다. 마흔이 넘어도 이십대 초의 모습을 기적같이 유지하는 자들을 찬양했다. 이제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미친 듯이 부끄럽고 과거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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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진정령, 마도조사 감상평100일 글쓰기 2020. 1. 12. 05:38
#77 진정령, 마도조사 감상평 진정령과 마도조사가 내 트위터 타임라인을 지배했다. 나도 새해가 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진정령과 마도조사를 시작했고, 오늘이 되어서야 모두 끝냈다. 대충 이 작품에 대해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마도조사는 중국에서 뜨거운 반응 아래 연재된 BL 소설이다. 무협 판타지 배경. 이 소설을 배경으로 만든 드라마가 진정령인데 검열이 센 중국답게 BL 관련 묘사는 모두 잘라놓아서 뜨거운 브로맨스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나는 진정령 과거편을 보다가 지쳐서(그래도 사일지정 부분까지는 봤다) 마도조사로 빠졌고, 마도조사를 외전까지 모두 읽고 나서 다시 진정령으로 돌아왔다. 하나는 BL이고 하나는 BL이라는 것 외에 차이점 및 각각의 특징을 몇 개 정리해보자면(스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