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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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30 #48 그라나다!100일 글쓰기 2019. 12. 1. 05:56
#48 그라나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그라나다. 날씨가 더럽게 좋아서 행복하다. 하늘색으로 가득한 하늘과 쨍쨍한 햇빛, 시원한 공기와 활기찬 거리. 살 것 같다. 알람브라 궁전은 아름다웠다. 아홉 시 삼십 분에 나스리드 궁전 입장을 예약한지라 아침을 허겁지겁 먹고 길을 나섰는데 최고였다. 어떤 문화인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무슨 배경에서 만들어졌는지, 어떤 건축양식이 사용되었는지 알지도 못했고 딱히 당장 알고 싶지도 않았다. 시원한 공기와 고즈넉한 분위기, 아름다운 궁전이 좋았고 그 당시의 상황을 ‘좋다’ ‘아름답다’ ‘즐겁다’ 정도의 단어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불만스러웠다. 몇십 장씩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고, 말도 안 되게 정교한 장식과 조각이 새겨져 있는 천장을 목이 빠지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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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29 #47 마드리드와 그라나다100일 글쓰기 2019. 11. 30. 07:02
#47 마드리드와 그라나다 마드리드 총정리 마드리드를 떠나서 그라나다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침에는 짐가방을 호스텔 프런트에 맡기고 여행책에 나와있었으나 미술관에 집중된 관광을 하느라 들릴 엄두를 못 낸 곳을 책가방을 매고 돌아다녔다. 캄포델모로는 마드리드의 센트럴파크라고 한다. 온갖 나무로 덮여있는 녹지였는데 배낭이 무겁지만 않았다면(책과 노트북이 들어있어 어깨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거웠다), 그리고 날씨가 우중충하지만 않았다면(비가 조금씩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했다) 오랜 시간 동안 산책을 즐길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스페인 광장은 무슨 공사 중인지, 광장 중심의 동상이 흉한 초록색 막으로 덮여있었고 따라서 사진을 찍을 엄두를 전혀 못 냈다. 그라나다로 향하는 버스 탑승시간이 다가오기 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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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28 #46 마드리드 (4)100일 글쓰기 2019. 11. 29. 03:53
#46 마드리드 여행을 하면 나 자신을 잘 알게 된다는 말이 오늘따라 와 닿는다. 오늘 깨달은 것은 내가 생각보다 혼자 뭘 즐겁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는 게 보장된 개인적인 공간이나 모두가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카페 같은 공간이면 말이 또 달라지지만, 또 모두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는 길거리에서도 혼자인 것을 즐기지만, 뭔가를 사먹을 때, 커다란 왕궁을 돌아다닐 때, 쇼핑을 할 때 사람의 온기가 그립다. 먹을 때가 가장 심하다. 방금 산 미구엘 시장을 다녀왔다. 후기를 보고 별 기대를 안 하고 있었고 역시 그냥... 아담한 백화점 지하 같은 분위기였다. 문제는 대부분 타파스, 즉 술안주를 팔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술을 혼자 마시고 싶지도 않고, 식사가 될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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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27 #45 마드리드 (3)100일 글쓰기 2019. 11. 28. 04:52
#45 마드리드 (3) 미술관, 미술관, 미술관 오늘은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을 갔다. 어제 프라도 미술관을 한참 헤매서 그런지 훨씬 아담한 크기의 미술관이라고 느껴졌다. 이 미술관은 깔끔하게 방문객의 관람코스를 정해주어서 그 코스대로 미술관 전체를 구경했다. 아, 다리가 또 너무 아팠다. 이틀 연속 미술관은 무리였던 걸까....(그런데 나는 내일도 미술관을 하나 더 간다. 젠장.) 이때까지 미술관을 다니면서 느꼈던 그림 앞에서의 감동을 오늘은 느낄 수 없었어서 아쉬웠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였다. 미술관 자체는 좋았다. 교과서에서 봤어, 길거리에서 봤어,라고 신나게 언급할 만한 명작까지는 없었는데 유명 화가의 작품들이 꽤 있었고, 연도별, 국가별로 세심하게 나누어져 전시되어 있었다. 아쉬웠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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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26 #44 마드리드 (2)100일 글쓰기 2019. 11. 27. 06:20
#44 마드리드 (2) 숙소가 너무 좋아요.... 정말이다. 영국의 숙소보다는 물론이고, 청결도와 시설만 보면 호텔이라고 불러도 못지않을 정도다. 어제는 심지어 같은 방에 고객이 딱 한 명 있었고, 나보다 늦게 들어와서 일찍 나가서 독방을 쓰는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다. 좀 살 것 같다. 프라도 미술관과 소로야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은 어마무시하게 넓었다. 여러 가지로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가 떠오르는 미술관이었는데, 아무런 사전조사 없이 무작정 방문한 나는 운 좋게도 미술관의 하이라이트 전시관부터 구경을 시작해서 상태가 가장 좋을 때 소로야와 고야의 주요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0층을 다 둘러보고 1층을 살피기 시작했을 때부터 다리와 발이 무지하게 아파오기 시작했고, 고야 특별전까지 본 후부터는 최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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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25 #43 마드리드 (1)100일 글쓰기 2019. 11. 26. 05:42
#43 마드리드 (1) 버스 안 카우치를 타고 개트윅 공항으로 이동 중이다. 위탁 수하물 실을 수 있겠지? 일단 가는 거지 뭐. 배가 고파서 무작정 가방에 쑤셔 넣었던 스키틀즈 한 봉지를 다 비웠더니 이제는 목이 마르다. 이동하는 동안 아도이 새 앨범을 한번 들었고 이제는 아이유 앨범을 다시 듣고 있다. 자장가 좋아.... 패배의식, 자의식 과잉이 되기 싫다. 애써 이런저런 생각을 접어놓는다. 숙소에서 호스텔 체크인까지 끝내고 소로야 미술관을 가는게 오늘 계획이었는데 소로야 미술관은 월요일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 그걸 몰랐지. 할 수 없이 내일 프라도 미술관을 구경한 후 들러야 할 것 같다. 들릴 음식점도 다 알아봐 놓았고, 일단 이번 주 계획은 완성이다. 뿌듯하다. 이번 호스텔은 정말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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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24 #42 런던 (7)100일 글쓰기 2019. 11. 25. 07:04
#42 런던 (7) 오늘은 쇼핑 그리니치 지역을 갔다. 천문대도, 박물관도 입장료가 있길래 그냥 멀리서만 둘러보다 나왔다. 그 주변을 아이유 새 앨범을 들으면서 산책했는데, 관광지라기 보다는 현지인들이 즐기는 공원같은 느낌이었다. 아들들과 프리즈비 던지기를 하는 아버지, 딸을 끌고 온 어머니들, 그리고 저어어엉말 많았던 개들. 날씨가 꿀꿀해서 기분도 안 좋을 법한데, 그러한 풍경때문에 괜찮았다. 그리니치 마켓은 작았지만 알찼다. 오히려 나중에 들렸던 캠든마켓(동대문 시장같은 분위기였다...)보다 훨씬 좋아서 다시 돌아와서 두터운 목도리와 귀걸이를 샀다. 중심가에서 기념품으로 티백세트를 사고 오늘의 일정 종료. 같은 숙소의 아저씨 한명은 언제나 침대에 있다. 여섯시도 안돼서 숙면을 취하기 시작하는데 무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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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23 #41 런던 (6)100일 글쓰기 2019. 11. 25. 06:57
#41 런던 (6) 구글지도가 먹통이야 무사히 제시간에 일어나서 라이온킹 티켓을 데이시트로 얻는데 성공했다. 이제 쇼디치거리로 가려고 길을 찾으려는데, 구글지도가 먹통이다. 버스정류장에 적혀있는걸로 버스는 겨우 탔지만, 빨리 작동해야 할텐데. 걱정이다. 지금타고있는 버스를 놓칠뻔했다. 나는 타려고 버스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를 지나치려고 하길래 어어어 거리면서 버스를 쫓아 달리니까 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려고 하면 손을 흔들어서 의사를 알리라고 운전사가 가르쳐줬다. 아, 구글지도가 다시 작동한다. 살았다. 그냥 한 생각 마구 사진을 찍고, 서점 구경을 하고, 뮤지컬을 봤다. 저녁으로 파이브가이즈를 먹었다.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한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후회하지 않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