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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203 #51 바르셀로나에서 혼자100일 글쓰기 2019. 12. 4. 04:45
#51
바르셀로나에서 혼자
오랜만에 계획을 빡빡하게 세우고 여행했다.
- 아침 맥도날드에서 맥모닝 먹기
- 피카소 미술관! (입장료 + 오디오 가이드 12유로)
- 까딸루냐 광장, 까딸루냐 음악당, 까떼드랄 구경
- 구엘저택 (학생 9유로, 오디오가이드 무료)
- 꿀국화차 구하기!
- 저녁: chenji에서 국물요리 먹기
- 밤에 까사 바트요 구경하기!
호스텔에서 조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다.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속이 텅 빈 채로 숙소를 나설 때 기분이 더럽기 때문이다. 관광지 근처에 맥도날드가 많길래 핫케이크랑 해쉬브라운 같은 거 시켜서 먹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터덜터덜 걸었다. 하하, 스페인의 맥도날드에서는 핫케이크도, 해쉬브라운도 팔지 않았다. 자그마한 머핀 따위를 맥모닝이라는 이름으로 팔았으나 초라해서 눈이 가지 않았다. 너겟과 치킨랩과 아이스티를 시켰는데 너겟은 무난했으며 아이스티는 느끼한 음식과 어울리지 않았고 치킨랩에는 슬라이스 치즈가 들어있어서 별로였다. 결과적으로 비싸고 초라한 아침식사가 되었다.
피카소는 부지런하게 살았군요
피카소 미술관은 유럽에 총 세개가 있다고 한다. 피카소의 고향인 말라가에 하나, 피카소가 활동했던 지역인 바르셀로나와 파리에 각각 하나씩. 가장 큰 규모는 파리라고 했던 것 같은데,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도 나쁘지 않았다. 자그마한 규모에 비해 입장료가 너무 비싼 것은 아닌가, 하는 불만이 들긴 했지만.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은 그가 십대 때 그린 작품과 초기 작품, 후기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오마주한 작품을 충실하게 전시하고 있다.
피카소는 천재였다. 십 대 때 그린 것에서는 프라도 미술관의 정통 스페인 화풍이 진하게 느껴졌다. 충격적인 것은 고작 십 대가 그린 것일 텐데, 웬만한 프라도의 작품들에 결코 꿀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가 blue, rose의 시기를 거치고 큐비즘을 겪을 때까지의 작품들이 연대순으로 깔끔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피카소의 화가 인생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즐거웠고, 시녀들을 오마주한 낙서들과 그림들이 전시관 하나를 꽉 채우는 게 인상적이었다. 진짜 부지런하게 산 모양이다. 그의 이름을 단 미술관이 세 개나 존재하고 그 밖의 미술관들에 산재되어 있다니. 잘 된 사람은 이유가 있구나, 하는 멍청한 생각을 멍하니 했다.
여유롭게
미술관이 넘쳐났던 런던과 마드리드를 거치고 나서 세운 나름의 원칙 하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하루에 하나씩만 구경하자는 것이다. 미술관 하나를 들어가면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모든 방을 돌아보려다가 장렬하게 실패하고(유일하게 성공한 미술관은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이었는데, 역시 다음날에 죽어나갔다) 그 날의 체력을 모두 써버리기 때문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피카소 미술관은 아담했고 관람을 끝냈는데도 시간은 별로 안 지나있었다. 까딸루냐 광장, 까딸루냐 음악당, 까떼드랄을 구경하고 주위의 거리들을 돌아다녔다. 원래 스페인의 유명 기념품인 꿀국화차 하센다도를 내일 구하려고 했으나, 벌써부터 시간이 남아돌아 그냥 오늘 구해버렸다. 진짜 한 박스에 0.99유로더라. 스페인 짱....
발목이 슬슬 아파올 때, 구엘 저택을 향했다. 구엘 저택을 처음 본 나의 감상은, 생각보다 초라하고 가우디스럽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그 감상은 내부에 입장을 하고나서 불식되었다. 구엘 저택은 말 그대로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의 가족이 살아야 했던 저택으로써, 그 기능을 변태적일 정도로 완벽하게 이행하는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유의 자연에서 모티브를 따온듯한 정교한 무늬의 천장을 보며 혀를 내둘렀고, 사회적인 활동을 많이 했던 구엘을 위해 사람들을 초대하기 좋도록 설계한 공간이 천재적이라고 생각했다. 구엘 저택의 입장료도 꽤 비쌌는데, 오디오 가이드가 나름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구엘 저택의 가장 꼭대기 층인 지붕 위를 올라가면 예쁜 굴뚝을 볼 수 있다. 그 굴뚝의 미니어처 세라믹 버전을 기념품샵에서 팔길래 탐이 났지만, 들고 다닐 공간도 없고 돈도 없고 깨지기도 쉬울 것 같아 깔끔하게 포기했다. 다음에 와서 사면되지 뭐.
chenji는 어제 가우디 투어에서 가이드 분에게 추천받은 현지 중국 식당이다. 후기를 보니 해물탕면과 만두가 맛있다고 해, 그것 두개와 콜라를 시켜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국물을 먹으니까 좀 살 것 같더라. 난 역시 아시아 사람.... 아, 아쉬웠던 것은 해물탕면의 면이 살짝 덜 익은 듯한 식감이었다는 것. 저녁을 신나게 먹고 밖을 나와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밤의 까사 바트요를 구경했다. 섬뜩하고 으스스한 느낌은 못 받아서 아쉬웠다. 마냥 예쁘다고 생각하며 건물 주위를 뱅뱅 돌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었다.
아침 맥도날드에서 맥모닝 먹기V피카소 미술관! (입장료+오디오 가이드 5유로)V까딸루냐 광장, 까딸루냐 음악당, 까떼드랄 구경V구엘저택 (학생 9유로, 오디오가이드 모르겠음)V꿀국화차 구하기!V저녁: chenji에서 국물요리 먹기V밤에까사바트요구경하기!V
이틀 동안은요, 먹고 마시려고요
금전적으로 타격이 있더라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 싶은 게 너무 많고, 술도 마시고 싶다. 내일은 하루 종일 현지 식당에서 먹어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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