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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01201 #49 짜증100일 글쓰기 2019. 12. 3. 05:05
#49
짜증
약 삼십 분만 더 참으면 바르셀로나에 도착한다. 일곱 시간째 한 자리에 처박혀있는데 괴롭다. 런던에서 산 책을 반 조금 넘게 읽었고 폰에 저장해두었던 검정치마 플레이리스트는 다섯 번을 넘게 들었다. 폰에 다운로드하였던 이북도 읽다가, 그냥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계속 앉아만 있는 게 괴롭고 지긋지긋해서 그것도 때려치웠다. 빨리 숙소에 도착해서 몸을 누이고 싶다.
밤새 잠을 설쳤다. 기차는 조금 늦게 출발하기 때문에 여유를 부려서 잠들어도 되는 상황이었고, 멍청하게도 그딴 이유로 잠을 참으며 영화 하나를 봤다. 영화가 끝나자 잠은 다 달아난 상태였다. 하루사이에 우르르 체크인을 한 같은 숙소 안의 남자들이 코를 골기 시작했고 나는 한참을 뒤척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중간중간에 잠을 깨기도 했고,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느지막하게 체크아웃을 하고 짐 보관소에 짐을 맡겼다. 그러고 나서 스타벅스를 찾아가 노트북으로 글을 썼다. 일기 비슷한 것도 썼고, 어설픈 이야기도 썼고. 그린스무디와 비건 샌드위치가 동이 났을 때쯤 짐을 찾아서 기차역로 향했고, 무사히 기차를 탔다.
오랜 시간 동안 좁은 공간에 갇혀서 이동하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수정해야겠다. 끔찍하다. 목이 마르고 씻고 싶고 졸리고 밤은 깊어가는데 숙소까지 어떻게 이동하 나하는 걱정이 머리를 가득히 채우기 시작하고 그렇다. 높은 고도를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것일까 그니가 계속 먹먹해져서 침을 연달아 삼켜야 한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다. 따끈한 국물과 쌀밥이 눈물나게 그립다. 얼음으로 잔뜩 채워져 있어 머리가 쨍할 정도로 차가운 탄산음료가 마시고 싶다. 침대에 눕고 싶다. 자고 싶다. 짜증밖에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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