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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006 #1 실행력100일 글쓰기 2019. 10. 6. 00:56
#1
실행력
100일 글쓰기가 내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한참 유행이다. 그래서 시작해본다.
요즘 내 최대 고민이자 과제는 실행력이다. 아니, 요즘이 아닌 과거에도 내 첫 번째 고민은 똑같이 실행력이었다.
어렸을 때무터 나는 머릿속이 실없는 텍스트들, 추상적인 이미지들과 계획들로 채워져있었다. 혼자인 것에 익숙했기 때문에 그 '비어있는' 시간들을 머릿속에다가 새로운 것들을 집어넣으며 보냈다. 인풋은 언뜻 눈에 들어온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였다. 출처는 대부분이 인터넷. 이상한 분야에서만 엄격했던 부모님 덕분에 인터넷 대신 책에서 들어온 정보들이 더 많았을 시절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런 특이점을 나름대로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결과물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 중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그때부터 머리가 굵어진 것이다, 라는 게 지금의 객관적인 판단이지만 이것 때문에 자기혐오가 심해진 것도 있으니까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인 깨달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문제는 내가 전형적인 intp 인간이라는 것이다. 머릿속으로는 플랜을 하나 짜내고, 그 플랜을 실행하면서 괴로워하고 즐거워하고, 그 플랜을 끝마쳤을 때 환호를 받는 순간들이 몇 초안에 스스슥 지나가는데 정작 플랜을 실제 세계에서 직접 써내려 나가지도 않는다는 것. 뭐, 결론적으로 머릿속으로 만들어낸 환상들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딱히 반성을 하고 싶지도, 결심을 하고 싶지도 않다. 둘 다 지겹도록 해봤지만 정작 바뀌는 것은 없었고, 바뀌는 게 없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을 때마다 본능적으로 자기혐오를 시작해서 우울감만 밀려올 뿐이다. 그래도 이 과제는 평생동안뇌안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항상 나는 실행력을 갖추고 싶어 할 것이다.
그래서 실행력을 늘려줄 작은 팁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기로 했다. 일단 먼저 생각나는 건, 명상을 시도해보는 것. 침대와 소파에서는 폰을 만지지 않는 것, 노트북으로 하염없이 인터넷을 떠돌아다니지 않는 것. 뭔가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면 눈에 보이게 적어놓는 것. 당장 생각나는 건 이런 사소한 것들이고, 음, 역시 이렇게 자잘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것들로 리스트를 채워나가는 것이 편할 것 같다.
p.s. 사실 실행력을 키우자는 의미로 이번 스무살 생일을 맞이해가지고 손가락에 타투를 하려고 했다. 원래는 상황을 직면하고 살자는 다짐으로 confrontation을 새기려고 했는데, 실행력과는 뉘앙스가 묘하게 달라서, act를 새길까 하다가 너무 짧은 단어라 멋이 안 살아서 패스. action을 새기자니 뭔가 연기 공부를 하는 사람 같잖아? 그래서 패스. 그러면서 이것저것 단어를 찾아보는 사이 한 번에 와 닿는 문구를 찾지도 못했는데 타투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싶을까 싶어서 실행을 또 아무것도 안 했다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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