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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과 구월일기 2019. 8. 31. 16:21
아침부터 과외가 잡혀있었는데 유튜브 영상들을 이것저것 보다가 해가 뜰 때쯤이 돼서야 잠이 들었다. 세시간 밖에 못잤다.... 낮잠을 지금 잘까말까 고민 중.
항상 이런 식으로 바쁜 것도 아닌데 순수 수면시간은 줄어드는 기이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인터넷을 줄여야지 뭐.....
문득 쓰고 싶어진 것.
부모는 자식을 통제하고 싶어한다. 그들의 통제로 생기는 결과가 자식에게 이롭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자식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개념들은 자식들이 실제로 자신들에게 이롭다고 여기는 개념들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첫번째 문제.
두번째 문제는 결이 다르다. 요즘 세대에 부모들이 자신의 통제를 합리적으로 포장하기는 어렵다. 그들이 포장하는 능력보다 어린 사람들이 그들의 통제를 비판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딴소리지만 이것 때문에 어린 사람들이 더 현명하다, 지식이 많다라고 결론을 내는 것은 성급하다. 어린 사람들은 그들 중 소수가 뱉어낸 합리적인 비판을 우연히 발견해서 서로 나눌 뿐이다.
사실 부모는 자식이 성인이 된 이상, 설령 자식이 아직 청소년이더라도 통제할 권리를 완전히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은 각자의 의견 차이로 갈릴 수 있는 문장이 아니라 그냥 옳다. 그와 동시에 부모는 자식을 그들의 능력이 되는 이상, 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만큼 지원해줄 의무도 있다. 이것 또한 옳은 것. 불합리해 보여도.
하지만 불합리해 보여서 부모들은 이 진실을 거부한다.. 그들은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투자로 정리해버린다.
내가 너한테 이만큼을 투자했으니, 얼마만큼은 결과물이 있어야 하지 않겠니? 뭐? 결과가 이것밖에 안된다고? 그럼 내 말이라도 따라야지, 어쩌겠어. (결과물을 그들의 기준 이상으로 뽑아냈는데 부모가 그건 너 좋은 거지, 나에게 무슨 보상을 바라니?라는 태도로 작은 보상도 안해준다면 최악. )
그들이 그들의 통제를 합리화하는 방법도 같은 논리다. 자신들이 시간을, 노력을, 감정을, 그리고 결정적으로 돈을 자식에게 투자한 만큼 자식이 성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통제할 권리가 있다는 소리를 내뱉는다. 자식의 입장에서 그 의견에 반기를 들기는 싶다. 그런데 부모가 경제적인 지원을 빌미로 협박을 시작하면 좆되는거지.
그냥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는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 아니었을까,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을 만들지 않겠다는 무기력한 다짐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