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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달에 꽤 번다고 생각한다. 학력대비 과외비를 못 받고는 있지만 분명히 옛날보다는 잘 번다.
웃기게도 돈이 쌓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소비한 돈으로 무언가를 많이 얻은 것도 아니다.
구독하던 유튜브 채널 덕분에 새로 알게 된 빈티지 마켓이 두개나 있다. 두 곳다 오늘 90%세일을 하길래 조금이라도 괜찮다 싶은 것은 모두 사버렸다. 평소에 비효율적으로 SPA매장에서 옷을 사던 것에 비하면 그래도 적게 쓴 편인데(괜찮은 원피스 한 벌 살 값이다!), 분명히 그런데, 통장 잔고의 앞자리가 바뀌어버렸고 나는 우울해졌다.
돈, 돈, 돈.
얼마전에 정신과에서 상담을 하다 나는 미친듯이 많은 규모의 돈을 벌고싶다고 실토했다. 돈을 쓸어담고 싶어요. 옷을 살 때 가격을 신경쓰기 싫어요. 돈 나가는 게 아까워서 약속을 줄이고 싶지 않아요. 대학을 졸업해서 뭘 하든, 돈을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벌고 싶어요.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다. 순진했다. 웃음이 나온다. 살면서 글을 얼마나 썼다고 그런 건방진 생각을. 부끄럽지만, 아직도 그 생각은 뇌 속 깊은 곳에 엉켜진 채 남겨져있다.
그래도 낙천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기도 마음을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대고, 아까 벌컥벌컥 들이킨 카페인 덕분에 심장은 빨리 뛰고 있다. 거의 사흘을 미뤄뒀던 일들을 카페인 덕에 몇십분만에 해치웠다. 내일은 은행을 갈 것이다. 주택청약을 들고, 통장 정보를 바꾸고, 여행용 적금을 들 것이다. 금융관련 정보들을 찾아볼 것이고, 소비 계획을 짤 것이다. 또 돈을 벌기위해서 과외를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