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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 읽어온 책들 (1)서재 2019. 8. 27. 21:15
많이는 읽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꽂혀서 거의 열권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반도 못 읽고 반납을 했고(심지어 연체임.... 당분간 못 빌린다 따흑흑) 요즈음은 중고서점에서 하나 둘씩 소설책을 사들이고 읽는다.
1. 구병모 <파과>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읽을만한 소설. 어느새 노인이 되어버린 살인청부업자가 삶에서 가치를 하나하나 다시 찾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굵은 이야기와 힘있는 문체. 늙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이런 면에서는 나에게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떠올리게 했다) 수작.
2. 루이자 메이 올컷 <작은 아씨들>
월북이라는 출판사에서 여성혐오 단어들을 배제하고 리뉴얼해서 펴냈다길래 + 두께 대비(새 책을 살 때 항상 가성비를 따져서 두껍고 글자가 빽빽한 양장본을 선호함) 가격이 괜찮아서 샀다.
어렸을 때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선명해서 지금 읽으면서도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즐거웠다. 아, 나는 확실히 섬세한 묘사들이 좋다. 낡은 드레스가 어떠한지, 에이미가 갖고 싶은 물감이 무엇인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너무 좋다.
그에 반해서 어릴 때와 달리 순수하게 이 소설을 마냥 읽을 수는 없는 나 자신이 슬프기도 했다.
왜 그렇게 결혼을 못해서 안달이지? 조는 작가의 메리 수 같은데 굳이 결혼을 하는 캐릭터가 되었어야 할까? 기독교적 정신에 너무 얽매어 있는건 아닌가? 이런 투덜거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네.....
3. 정세랑 <옥상에서 만나요>
단편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깨달은 건 꽤나 최근이다. 단편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의 가여운 나여....
정세랑의 소설들은 사랑스럽고 발랄하고 도발적이다. 향으로 따지면 레몬 향이 톡톡 터져 나올 것 같은 문체와 줄거리, 그리고 캐릭터들.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옥상에서 만나요>가 가장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정세랑의 소설은 <지구에서 한아뿐>과 <이만큼 가까이>. <피프티 피플> 저어어어엉말 읽어보고 싶음.
4. P.D. 제임스 <여자에게 어울리는 직업>
제목이 이런 이유는 주인공인 여성 탐정에게 몇 십번 씩이나 이런 말이 뱉어지기 때문이다. "어라, 탐정은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인데...."
옛날 소설, 특히 장르 소설을 읽다 보면은 그 자체가 하나의 고전이자 교과서로 남아서 현대 소설들에 너무 많이 적용된 나머지 진부함을 참지 못하고 책장을 덮지 못할 때가 꽤 있다. 이 소설도 그럴 가능성을 각오하고 시작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재밌음. 도입부도, 진행되는 중간 과정들도, 마무리도 더할 나위 없이 깔끔했다.
5. 리베카 솔닛 <길 잃기 안내서>
도서전에서 제목과 작가만 보고 엇 이거는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책이다! 하고 샀는데.... 별로였습니다. 힘들게 힘들게 끝냈음. 저는 책을 읽으면서 재미만을 따지는 편협한 독자이기 때문에 저한테 별로라는 것이지 이분이 하는 말을 이해하시는 분들은 재밌으실 수도...?
6. 스티그 라르손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이다혜 기자의 <아무튼, 스릴러>에도 언급된 적 있는 전설적인 북유럽 미스테리 소설. 주인공은 기자로, 거대 기업인으로부터 의심스러운 의뢰를 받으며 사건속으로 점점 빠져든다... 가 줄거리.
재미로만 따지면 올해 들어 읽었던 소설들 중 가장 압도적이었다. 한장한장 넘기는 게 순수하게 즐거웠다. 소소한 반전들도 묘미. 소설을 이렇게 몰입감있게 쓸 수 있는 능력이 너무 부러웠다. 2, 3권은 반드시 읽을 건데 작가가 바뀐 나머지는 읽을 생각이 없음.
그나저나 나이가 꽤 남성이 주인공인 미스테리 소설은 항상 불쾌한 면들이 항상 있다... 기욤 뮈소, 댄 브라운,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건데 주인공은 뭐가 그렇게 잘나셨다고 젊은 여성분들이 줄줄이 꼬이시는 거지? 그리고 여성을 묘사할 때는 왠만하면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다뤄주었으면은 한다. 당신과 사랑을 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가 아닌 단순한 하나의 인간으로.
7. 이다혜 기자의 책들. <여기가 아니라 어디라도>, <아무튼, 스릴러>,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교토의 밤 산책자>
유튜버 김겨울님이 그렇게 추천하셨던 이다혜 기자님! 중고서점과 교보를 통해 잔뜩 사들여놓고 한동안 이분 책만 읽고는 했다. 한참동안 소설이 눈에 안 들어왔던 기간이었다. 도저히 이야기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음.
그렇게 열심히 읽었던 이유는 글이 읽기 편했다는 것. 그리고 관심사가 나랑 소름끼칠 정도로 비슷했다는 것! 아무튼, 스릴러를 읽으면서 아는 소설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와 반가웠다. <나의 미스테리한 일상> 저도 미친듯이 읽어댔어요 기자님....
<교토의 밤 산책자>, <여기가 아니라 어디라도>를 읽으면서는 내가 여행을 왜 하려하는지를 많이 생각했다. 올해 2분기까지는 여행을 두 번 다녔는데 한여름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행복해하는 나를 신기해하며 <여기가 아니라 어디라도>에서 고생을 하고 보람을 느낀다는 구절을 떠올렸다.
이 밖에도 이것저것 읽었는데요...... 오늘치 운동도 해야하고 소설도 써야하고 적금도 들어야하고 쇼핑도 해야함. 바쁨.
아, 읽다가 만 책들도 꽤 있음.
-로버트 A. 하인라인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에이미 스튜어트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문목하 <돌이킬 수 있는>
-코니 윌리스 <화재 감시원>
-앤 라모트 <쓰기의 감각>
-케르스틴 귀커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
내일은 근황이랑, 그 밖의 독서록으로 다시 찾아와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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