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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보람 있는 대화란100일 글쓰기 2020. 1. 9. 01:43
#74
보람 있는 대화란
한국으로 돌아온 뒤 처음으로 친구 C와 약속을 잡아서 만남을 가졌다. 고등학교 때 반 년동안 같은 반 생활을 한 친구이다. 스무 살의 반년은 그렇게 허무하고 짧게 지나갔는데, 열일곱의 반년은 어쩜 생기 넘치고 길고 길었을까.
C는 굉장히 솔직한 친구이다. 대학도, 있는 위치도, 관심사도 무척이나 달라진(그렇지만 생각해보면 고등학생때도 관심사는 도저히 겹치지가 않았다) 우리는 예상외로 대화를 보람 있게 있어나갔다. 열일곱열여덟 때도 그러했듯이 우리는 헛바람에 차있지만 진지하고 울적한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었고, C는 헤어질 때 술에 살짝 취해서 신나게 말했다. 걱정했는데 너무 재밌었다고.
정말로 진실한 친구 사이에서만 보람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보람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진실한 친구 사이가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런 대화를 항상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안다, 굳이 오늘처럼 깊은 말을 주고받지 않더라도, '보람이 있다'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애매하더라도,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돈에 대해, 대학에 대해, 좋아하는 세계에 대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대해, 가족에 대해, 미래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마라샹궈와 맥주를 헤치우고 칵테일 석 잔을 기울이며 두런두런 말을 나누고 집에 돌아온 지금의 기분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어서. 이런 순간을 계속 만들어나가고 싶어서. 기록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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