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일 글쓰기: 191104 #22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잠이 오지 않아요100일 글쓰기 2019. 11. 5. 03:47
#22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잠이 오지 않아요
뉴욕 휴학을 하고 일주일 중 반은 이 상태다. 하루 종일 한 게 없다.
느지막이 일어나 (오후 12시는 기본으로 넘긴다) 요리를 해서 식사를 때우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린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게 기본, 넷플릭스를 끈질게 보는 짓도 해가 떠있는 중에는 몇 번밖에 못 해 먹었다. 그냥 멍하니 있는다. 목표도, 나를 쫓는 것도 없다.
밤이 되고, 약간의 운동을 하고 나면 그제서야 뭐라도 한다. 넷플릭스를 열렬히 보기도 하고, 스티븐 유니버스를 연달아 보기도 하고. 해가 떨어지고 날짜가 바뀌고 자지 않으면 폐인 상태로 찍힐 시간이 다가오면 (새벽 네다섯 시를 말한다) 할 일이 어떻게든 머릿속에서 만들어진다. 소설 작법을 공부해봐야겠다. 오랜만에 히라가나랑 가타카나나 외워볼까? 밀렸던 넷플릭스 봐야지. 미술교양서를 읽어야지. 소설을 읽자. 이 상태가 오기까지는 두어 시간 동안 멍하니 트위터를 내리고 있지만. 그렇게 머리를 가득 채운 할 일을 반 정도 끝내고 나면 그나마 조금의 성취감이라도 생기고 해가 뜨고 나를 제외한 가족이 깰 시간이 된다. 나는 그제야 베개로 눈가를 덮고 잠을 청한다.
현실감을 잃게 하는 일과 현실에서 마주해야 할 일의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문득한다.
현실감을 잃게 하는 일: 트위터, 글 쓰기, 예술, 망상하기
현실에서 마주해야 할 일: 여행준비, 소비, 현실 사람과의 연락, 운동, 과외 준비, 공부
나를 계속 살아가게 하는 것은 명백히 현실로부터 나를 격리시키는, 전자의 일이지만 결국 나는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일반 사람이다. 플래너를 다시 쓰기 시작해서 현실을 마주해야 하나.
'100일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일 글쓰기: 191106 #24 호랑이 모형 (0) 2019.11.07 100일 글쓰기: 191105 #23 피부 (0) 2019.11.06 100일 글쓰기: 191103 #21 나에게 다정했던 사람들 (0) 2019.11.04 100일 글쓰기: 191025 #20 소비 그 덧없음에 대하여 (0) 2019.10.27 100일 글쓰기: 191024 #19 핑계, 반성과 다짐 (0) 2019.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