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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사람을 좋아한다100일 글쓰기 2020. 1. 28. 04:34
#80
사람을 좋아한다
일부로라도 약속을 계속 잡아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 기숙학원 친구, 잠깐 얼굴을 본 사이인 동기, 어쩌다 연락이 된 학원 친구 등등. 장난으로 만들었던 "만나 볼 사람들" 체크 리스트는 의외로 부지런하게 채워져가고 있고 나는 나자신에 대한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떠드는 게 재밌고, 맛있는 걸 같이 먹는게 좋다. 한심하다고만 여겼던 인스타그램도 이제는 왜 하는지 알 것 같고, 뭐 그렇다. 의외로 꾸준히 약속을 잡고 사람과 술을 마시는 짓거리를 계속하는 나를 보며 언니는 희한하다고 했다. 나는 생각보다 내가 사람을 좋아한다고 대꾸했다. 언니는 오랫동안 사람들과 제대로된 교류가 없어서 이제 너무나도 지루해진 것이 아닐까, 라고 무심코 대꾸했다.
음. 사람이 만나는게 부담스럽지 않아진 이유의 첫번째는, 이제 내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게 예전처럼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외모에 대한 강박증이 많이 사라진 것도 있고, 화장이 익숙해진 것도 있고, 옷을 많이 사들여서,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나름 이해하게 되어서. 어쨌든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예전처럼 많이 신경쓰지도 않고, 가끔씩 거울에 비치는 나자신을 보며 괴로워하지도 않는다.
두번째는 내 성격을 이제서야 파악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사람과 한동안 교류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스무살이 되고 사람과 부딪치는 일이 생겼을 때, 계속해서 달라지는 내 말투와 태도, 기분이 부담스럽고 짜증났다. 괴로웠다. 생각도 하고, 글도 쓰고, 사회생활을 하고, 내가 어떻게 낯을 가리고 어떻게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친한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가고 싶은지를 이제 알겠다.
마지막으로는, 상대방이 나에게 되돌려주는 반응이 더이상 무섭지가 않다. 이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할 것도 없는 것 같다. 계속 이어질 인간관계가 항상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혼자서도 버틸 수 있는 나의 단단함도 안다.
좀 있으면 정말로 새학기가 시작할 것이고(작년 이맘때 쯤에는 막 합격통지를 받고 방방 뛰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과도 계속 만나게 될 것이고. 나는 슬슬 부지런해져야 한다. 100일 글쓰기가 아니라 100개 글쓰기가 되버렸지만, 그래도 최대한 자주 들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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