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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191113 #31 현실을 붙잡아야지100일 글쓰기 2019. 11. 14. 03:49
#31
현실을 붙잡아야지
애니메이션 영화 파프리카(2006)의 한 장면 현실을 붙잡아야 한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것에 시간을 많이 쏟고 있다. 전에는 막연하게 나의 문제는 인터넷 중독이다, 하고 규정하고 넘겼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넘겨짚고 갈 일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인터넷 중독이라기보다는, 멍하니 손을 움직이고 여러 가지 정보를 흡수하는 단계를 못 벗어나는 것 같다. 트위터,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이미지를 눈으로 훑고, 결코 의미 없는 정보까지는 될 수 없는 짧은 글귀들을 읽고, 뭔가 끌리는 내용이 있으면 화면을 덮고 머릿속으로 상상을 한다. 현재에 머물러 있지도 않는다. 과거를 계속 그리워한다. 예전에 스쳤던 사람, 읽었던 내용, 좋아했던 글, 영상, 드라마. 문득 그중 하나가 뇌리에 떠오르면 인터넷을 뒤지고 그때의 감정을 느낀다. 그렇다고 이 메커니즘을 즐기는 것도 아니다. 이 짓을 반복하는 나 자신을 한심해하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아, 쓰고 나니 이게 그냥 인터넷 중독인가.
상상. 망상을 한다. 상상을 한다. 걷다가 엉뚱한, 결코 아무에게도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쪽팔리고 포르노적인 상상을 한다. 내 이야기 속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기 때문에 그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내 감정이 오락가락하고. 어딘가로 향할 때 상상을 가장 많이 하지만 그냥 집 안에서 왔다갔다 발걸음을 놀리며 상상을 하는 일도 많다.
집에 있으면서 거울을 우두커니 들여다보기도 한다. 20년을 살면서 올해만큼 내 얼굴을 많이 들여다본 해도 없을 것이다. 19년동안 내 얼굴이 증오스러웠는데, 조금 나아지니까 오히려 집착하게 되는 걸까? 몇 단계 되지도 않는 화장을 두 시간 동안 공들여서 하는 건 일상이고, 아무것도 안 하고 거울 속의 나 자신만 들여다볼 때도 꽤 많다.
자, 이 세가지를 줄이고, 끊읍시다. 눈을 감고 오, 사, 삼, 이, 일을 외치는 거예요. 그리고 현실에서 나를 유리시키는 이런 것들을 멈추고, 현실로 돌아오는 거죠. 현실을 붙잡아요. 현실을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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