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100일 글쓰기: 191110 #28 MBTI

휴초 2019. 11. 11. 00:54

#28

MBTI

Virginia Woolf

 

처음 엠비티아이 검사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이다. 창체 수업 중 진로와 관련된 외부강사의 강의를 듣는 날이 있었는데, 그 강사는 반 전체에 MBTI 검사지를 돌리고 자신의 유형을 알아보라고 말했다. 나는 아싸 오브 아싸인 INFP를 판정받았고, 그 유형인 사람들은 손을 들라고 강사가 말하는 것을 듣고 번쩍 손을 들었다. (그렇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관종이었다.) 여러분, 이 친구 되게 조용하고 낯 가리죠? 강사는 크게 교실에게 물어봤고 교실 전체가 웅성거리며 동의했다. 친한 친구 세명은 내 근처에서 키득거렸고, 크게 부정했다. 에에, 절대 아닌데? 이렇게 서술하니 되게 따뜻한 기억 같지만, 그냥 스쳐 지나갔던 특이한 순간들 중 하나일 뿐이다.

다시 MBTI 검사를 해본 것은 아마 고등학교 자퇴 이후일 것인데, 그 후로부터는 계속 INTP를 판정받는다. 새삼스럽게 트위터 타임라인에 MBTI 유형이 다시 거론돼서 이 주제를 골랐는데, 타임라인 분위기 상으로는 INTP가 INFP보다는 간지나는 것 같아서 나름 지금의 내 성격에 만족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고작 열여섯가지 분류로 세상에 존재하는 그렇게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나누겠다는 안이한 발상을 비웃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 나만 이렇지 않겠지라는 좌절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인지, 나와 비슷한 인간들이 써놓은 자잘한 분석글과 짤을 보며 공감의 의미로 낄낄대고 싶어서인지 INTP 인간들의 특징. jpg라고 적힌 제목의 포스트를 클릭하고는 한다. 

https://m.blog.naver.com/ohnesahne0/221654427727

 

INTP가 본 INTP (1)

​1.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내면과 신념이다. 이것들이 침범당한 경우 기꺼이 투사가 된다. intp은 상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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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ohnesahne0/221663396890

 

INTP가 본 INTP (2)

17. 감정이 열등기능이라서 그런지 자신의 감정을 자기는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경우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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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트위터 타임라인에 한참 돌아다녔던 블로그 주소

 

오늘 한참동안 이 블로그의 글을 읽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는데, 너무 냉소적으로 MBTI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MBTI 검사 결과가 일종의 과학 혹은 종교라도 되는 것처럼 엄숙하게 서로를 분류해대는 짓거리는 역시 볼품없으니 하지 않겠지만, 좋아하는 주제 중 하나로 머릿속 한 구석에 처박아두는 정도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위의 포스팅에서 공감가지 않았던 특징은 13, 20, 26 (20은 반 정도만? 길치까지는 아니지만 세부적인 특징을 기억하는 것에는 젬병이 맞다) 밖에 없었지만 나머지 서른 가지 특징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정확했기 때문이다. 나에 관해 나도 잘 모르는 것을 타인이 훌륭한 글솜씨로 정리해놓은 걸 읽었을 때의 쾌감이 정말이지 기분 좋았다. 

INTP 인간들이 자신들에 관해 떠드는 것을 지켜보는 행위가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듯도 하다. 위에도 간략하게 적어놓았지만, 세상에는 나만 이렇게 별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역시 나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인간이라는 위선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 즐겁다. 나와 비슷한 주제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나와는 명백히 다르게 명확한 답을 찾아낸 사람들로부터 해답을 빌리기도 한다. (그 해답을 기록해 놓아야겠다.) 그렇게 일종의 해답을 준 같은 블로그의 포스팅을 하나 올리며 오늘의 100일 글쓰기는 끝.

 

https://m.blog.naver.com/ohnesahne0/221661678685

 

MBTI 열등기능은 노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가

mbti가 제시하는 심리역동, 즉 주기능, 부기능, 3차기능, 열등기능은 한 사람에게 가장 우선적인 가치, 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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