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100일 글쓰기: 191011 #6 피어싱과 귀걸이

휴초 2019. 10. 11. 21:44

#6

피어싱과 귀걸이

NCT 텐의 피어싱

 

새벽에 써놓은 글이 있었는데 임시저장이 제대로 안 된 모양이다. 100일 글쓰기보다는 트위터에 싸질러놓는 게 더 어울릴법한 주제였으므로 딱히 지워진 게 안타깝지는 않다. 오늘도 짧게 쓰고 끝내겠다.

오늘의 주제는 피어싱과 귀걸이이다. 나는 피어싱을 네 개 하고 있고(수요일까지만 해도 다섯 개였는데 왼쪽 귀가 너무 난잡해 보여서 최근에 뚫은 하나는 빼버렸다) 양쪽 귀를 귀걸이용으로 뚫은 상태다.

 

피어싱 부위별 명칭

왼쪽 귀에는 피어싱이 총 세개 있다. 귓바퀴에 하나, 귓불에 하나, 이너컨츠에 하나. 오른쪽 귀에는 왼쪽 귀보다 살짝 낮은 위치에 귓바퀴 피어싱이 하나 있다. 얼마 전에 뺀 것은 지금 왼쪽 귓불에 있는 피어싱 바로 위에 있었다. 

막상 쓰려니까 귀걸이와 피어싱을 구분하는 게 귀찮네.

귀를 처음 뚫은 것은 자퇴를 한 열여덟 살 가을이었다. 독재 학원을 왔다 갔다 하며 어떻게든 자퇴생다운 반항을 하고 싶어서 날뛰던 나에게 귀를 뚫자!라는 생각이 들이닥쳤고 어머니의 손을 끌고 고급 귀걸이 샵에 가서 귀를 뚫었다. 샵 직원들은 몇 K이상의 금 귀걸이로 귀를 뚫어야 한다며 우리에게 겁을 주었고 그렇게 뚫은 귀가 아물 즈음인 이 주 후에는 또 고리형 금 귀걸이로 관리를 해야 한다며 겁을 주었다. 순 사기였지만(나에게는 금속 알레르기가 없다고!) 덕분에 나에게는 꽤 비싼 금 귀걸이가 두 개 남아있다.

문제는 나는 엄청난 쫄보라 그 고리형 귀걸이를 귀에서 빼내고 다른 걸로 갈아 끼울 용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귀걸이 전문점에 찾아가서 갈아 끼워 달라는 부탁을 할 용기 또한 없었다. (자퇴의 원인 중 하나가 대인 기피증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시간이 지나면서 귀에 박제된 투박한 고리 귀걸이가 거울을 볼 때마다 거슬리기 시작했고 결국 기숙학원에서의 첫 번째 휴가 때 집에 도착한 나는 낮잠을 자기 전에 그 귀걸이를 귀에서 제거해내는 데 성공했다. 웃긴 것은 잠깐 낮잠을 잘 동안인 몇 분 후에 다른 귀걸이를 넣으려고 보니 귀걸이가 안 들어갔다는 것이다! 귀는 그렇게 허무하게 막혀버렸다. 그때의 트라우마로 나는 집에 있을 때도 잠깐 귀걸이를 빼낸 사이 귀가 막히지 않도록 실리콘 귀걸이를 끼고 있다. 

그렇게 귀가 막힌 채 기숙학원에 복귀를 하니, 몇몇 동갑내기 아이들이 귀에 화려한 피어싱을 하고 나타났다. 피어싱을 하자! 이거야말로 진정한 반항이지!라는 아이디어가 뇌를 지배했고 신이 난 나는 다음 휴가 때 홍대에서 왼쪽 귓바퀴에 피어싱 두 개를 나란히 뚫었다. 피어싱 초짜 여러분들, 첫 피어싱은 귓불 아니면 이너컨츠입니다. 귓바퀴 피어싱의 문제점 1. 머리카락이 걸릴 때마다 진짜 아프다. 2. 이건 진짜 개인적인 문제점인데, 염증이 계속 난다. 염증 때문에 공부를 하다가 계속 귓바퀴를 어루만지던 나는 6평을 말아먹고 반성의 의미로 피어싱을 모두 빼버렸고, 귓바퀴의 구멍 두 개도 그렇게 막혔다. 원점 복귀. 

수능을 끝내고 수험생활을 청산한 나는 옛날 친구와 이대에서 약속을 잡았다. 이대에는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피어싱 또는 귀걸이를 뚫어주는 가게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귀걸이와 이너컨츠를 뚫었다. 왼쪽 귀에 피가 오지게 나서 괜히 싼 곳에서 했나, 후회도 했지만 다행히 지금은 멀쩡하다. 왼쪽 귓바퀴와 귓불 피어싱 두 개는 이번 4월에 친구와 홍대에서 칵테일을 마시기 직전에 뚫어버렸다. 이번 생일에 이대에서 오른쪽 귓바퀴와 왼쪽 귓불을 하나씩 뚫었다. 요즘은 거울을 보지 않고 피어싱과 귀걸이를 갈아서 낄 정도의 베테랑이 되었다. 이게 내 피어싱-귀걸이 역사이다. 끝.

 

피어싱은 반짝반짝 빛나는 흰색 계열이 가장 좋다. 귓불에 하는 피어싱은 무난하게 동그란 금속이 베스트. 귓불 피어싱과 귀걸이 색상을 매치하려고 노력한다. 귀걸이 색상 얘기가 나온 김에 올해 봄부터의 귀걸이 탐험을 통해 정리해낸 내 귀걸이 취향은

1. 로즈골드는 절대 안 된다. 그냥 안 어울림.

2. 무광 실버가 가장 잘 어울린다. 가장 아끼는 것은 긴 드롭 실버 귀걸이.

3. 골드는 볼드한 것만 산다.

나는 답답해서 목걸이와 팔찌를 못하고 다니는데, 덕분에 귀걸이와 피어싱으로 나를 꾸미고 있다. 즐거운 귀생활 하겠습니다. 뭐야 어감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