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100일 글쓰기: 191010 #5 요리

휴초 2019. 10. 10. 02:25

#5

요리

Matilda (1996)

 

신이 나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몇 시간 동안 줄줄 써나갈 글쓰기 주제들이 몇 개 있다. 아이돌 덕질, 좆같았지만 진짜 다이내믹했던 입시 생활, 기숙학원 체험기, 미국에서의 1년... 오늘은 원래 내 덕질 히스토리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가벼운 주제가 갑자기 끌린다. 두 시간 전에 샐러드를 대량으로 제조해놓은 게 기억나서 오늘의 주제는 요리!

왜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라고 묻는다면 일차적인 대답은 마틸다요!이다. <마틸다>는 로알드 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어린이 영화로, 여섯 살쯤 영어학원에서 처음으로 접한 이 영화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부모의 학대와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척척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학업적으로 우수했던 마틸다는 할 줄 아는 게 없던 어린아이에게 너무나도 멋있었다. "각종 방해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독립적 인간"에 대한 나의 집착은 이때부터 시작되었고 아아....

그 <마틸다>에서는 마틸다의 천재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면들을 여러 가지 집어넣는데, 그중 하나가 싱크대도 키가 겨우 닿는 어린아이가 스스로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는 장면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마틸다라는 인물상에 상당한 집착을 가져 그 캐릭터의 특징을 나에게 많이 반영시켰는데(책에 파묻혀 지낸다든지, 머릿속으로 암산을 순식간에 해낸다든지, 마틸다의 리본처럼 나를 상징하는 액세서리를 찾아다닌다든지) 당연히 스스로 요리를 해서 먹는 것도 시도해 보았다. 뭐, 어린아이의 소꿉장난이었으니까 정말 귀여운 수준이었다. 에이비씨 초콜릿을 녹여서 우유와 섞어서 초콜릿 우유를 만들어 먹는다든지, 볶음라면을 해 먹는다든지.

 

마틸다의 환상에서 벗어난 어른이 되어서도 요리를 좋아하고 자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재미이다. 요리는 정말 재밌다. 재료를 하나하나 손질하는 것부터 불에 조리하는 것까지, 초등학생 시절 만들기 과제를 하는 기분이다. 한 가지 귀찮은 게 있다면 설거지인데, 일부로 식사가 끝나자마자 바로바로 해치우는 버릇을 들여놓니 이제 귀찮은 것도 잘 모르겠다.

두 번째 이유는 비용이다. 식사를 외식으로 해결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자비로우신 어머니는 음식을 만드는데 드는 재료값은 무한으로 제공해주시기 때문에 거지인 나는 직접 요리를 해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아니, 이건 둘째치고 직접 요리를 해 먹으면 정말로 비용이 극단적으로 감소한다. 이번 여름에 떠났던 동유럽 여행에서 체감했다. 유럽은 식당에서 네 명의 식구가 제대로 된 한니를 해결하려면 4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이 들었는데(유럽에는 팁 문화가 있다는 것도 기억하자!) 한 번 장을 봐서 세끼 정도를 요리를 하는 데는 고작 2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 유럽 가서 스파게티 많이 해 드세요 존맛이고 진짜 쌈. 토마토가 가장 무난.

사실 지금 자주 해 먹는 요리도 누군가의 눈에는 귀여운 수준일 것이다. 그래도 요즘 나는 거의 모든 식사를 내가 직접 한 요리로 해결하고 있고, 웬만한 사람은 만족시킬 레시피도 몇 개 찾아놓은 상태다. 좋아하는 요리를 몇개 적고 오늘의 글쓰기를 끝내겠다.

 

가장 사랑하는 요리는 파스타이다! 이번해 초에 언니와 기세 좋게 알리오 올리오를 도전했는데, 정말 무( ) 맛인 결과물에 충격을 먹은 나는 어떻게든 알리오 올리오를 맛있게 만들어 보겠다며 맛집을 몇 개 탐험했고,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써봤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코스트코에서 파는 알리오 올리오용 소스이다. 설명서에 적힌 대로만 조리하면 완벽한 맛이 남. 하지만 이건 진짜 요리를 하는 기분이 아니다, 라며 아쉬워할 사람들에게(바로 나....) 유일한 구제책은 바로 치킨스톡이다. 치킨스톡은 고체형태가 일반적인 것 같은데 한국의 마트에서는 액상으로 녹여놓은 것도 판다. 그걸 1인 분당 한 스푼씩 넣어서 조리해보라. 가게에서 파는 그 맛이 난다! 

개인적인 파스타 취향은 얼큰한 맛이 물씬 나는 파스타이다. 페페론치노 고추는 잘게 썰어서 잔뜩 기름에 볶아놓아야 그런 맛이 난다. 오일, 토마토를 번갈아서 만들어서 먹는데 고추는 항상 충분히 투하한다. 마늘도 잔뜩 넣는 것이 향이 좋다. 추가 재료로는 버섯, 새우가 가장 무난. 시금치도 괜찮다는데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음.

 

최근에는 많이 만들어 먹지 않았지만 볶음밥도 좋아한다. 파를 충분히 볶다가 계란, 냉장고에 있는 재료 아무거나 투하하고 밥을 넣고 간장과 김으로 간을 하면 끝. 살짝 갈색이 보일 정도로 눌어붙게 볶는 게 가장 맛있다. 아, 마늘을 넣어도 맛있는데 파+마늘에 오일 파스타 만들어먹는 걸 언급 안 했군요 진리입니다.

요즘은 싸게 파는 채소를 대량으로 사서 샐러드를 미리 만들어 놓는다. 양배추에 동양식 소스를 부어먹는걸 이번 여름 동안 더럽게 많이 해 먹었는데 이번에는 thousand island 소스로 양상추를 해치울 거다. 샌드위치처럼 호밀빵에 샐러드를 얹어 먹는 것도 맛있다!

 

지금 티스토리가 이상한 건지 내 노트북이 이상한 건지 글 수정이 제대로 안되고 따라서 글이 매우 정신없다... 아 언제 또 뜯어고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