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앞으로 읽을 책 잡담
따로 책 리뷰를 쓸 가치가 있다!! 정도의 책을 꽤 읽었습니다만 각각 리뷰를 쓰기는 귀찮네요. 주제를 크게크게 잡아서 간단하게라도 기록해 봐야지.
1. 책에 관한 책
<밤은 책이다> 이동진
책에 관한 책은 언제나 재밌고, 편안하다. 저자의 독서 취향이 나랑 비슷할수록 그러하다. 이동진 평론가의 독서취향은 거리감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좋았다. 책의 내용을 이용해서 라디오에서 쓴 대사들을 엮어서 만든 책인 만큼 글도 잘 읽히고, 관심이 가는 책들도 많았다.
<쾌락 독서>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구절들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표시하는 것을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쾌락 독서>도 똑같은 일의 반복. (안타깝게도 잠깐 빌려서 읽은 거라 줄을 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정말 만족스러웠던 독서였던 것만큼 실물 책을 살 의향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한 의견이라든지, 어렸을 때 무슨 목적이 있어서 책을 읽은 게 아니라 정말로, 독서가 즐거워서 책에 파묻혀 살았던 경험이라든지. 문체가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이 책을 폄하하기에는(아, 문체에 관련된 내용도 있었던 것 같다) 공감할 구석들이 너무 많았다.
2. 여행에 관한 책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는 하루키의 소설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하루키의 소설보다 나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그의 에세이였다.
하루키를 왜 좋아하는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그의 쿨한 성격이 문체에도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루키가 그려내는 인물들은 항상 쿨하다. 남이 자신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건, 연애 사업이 망하건, 흐음 그렇군, 중얼거리고서는 재즈음악을 듣고,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시며 소박한 요리를 한다. 과한 감정이입이 절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한 인물들을 매번 그려낼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하루키 본인이 그런 성격이기 때문이겠지,라고 추측하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나는 그의 '쿨'한 성격을 동경하며 도서관에 처박혀서 그의 에세이들을 독파해나갔다. 그가 만난 인물들이, 그가 밟아나간 여행들이, 그가 써낸 소설들이 나에게 스며드는 게 느껴지면 내 성격도 그처럼 조금이나마 '쿨'해진 것 같아서, 부담스럽기만 했던 일상들이 조금은 편해지고는 했다.
한 달 후에 길다면 긴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나는 어떤 여행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정리해보고 싶어서 방에 있는 여행기들을 하나하나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일단 이 책은 거의 다 끝냈고, 네 권정도가 남았다. 다 읽어내겠다고 다짐하는 의미에서 기록해놓겠다.
3. 단편집
<고양이 발 살인사건> 코니 윌리스
나는 단편집의 매력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어떻게든 현실을 길게 외면하고 싶어서 깊고 두꺼운 장편만을 골라 읽었다. 이제 책과는 엄연히 분리된 생활이 존재하는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지하철을 타는 출근길에서든지 약속시간 10분 전에서든지 빠르게 끝내고 싶은 이야기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고양이 발 살인사건. 제목처럼 사랑스러운 소설집이었다. 작가인 코니 윌리스처럼 크리스마스를 많이 애정 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더욱 클 것이다.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를 지금 읽고 있는데 전자가 더 내 취향이었음. <절찬 상영 중>이 아이디어가 참신했고, <우리가 알던 이들처럼>은 벅찼고, <말하라 유령>은 여운이 짙었다.
이것 말고 정신 놓고 사들인 나머지 손도 못 댄 단편집들이 꽤 있다.... 옮겨놔야지.
4. <아무튼,> 시리즈
얇은 책 두께만큼 읽기도 편하다. 엥 이것에 관한 글을? 이런 의문도 떠오르게 만드는 특이한 주제들이 꽤 있는 것 또한 특징. <아무튼, 스릴러>, <아무튼, 서재>, <아무튼, 트위터>를 읽었고 모두 만족스러웠다! 오늘 <아무튼, 외국어>, <아무튼, 로드무비>를 빌려왔다. (<아무튼, 예능>이 가장 궁금한데 도서관에 들어오려면 꽤 걸릴 듯. 이북으로 살까 고민 중이다.) 가볍고 키치한 에세이를 찾으시는 분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