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책이나 읽을걸> 유즈키 아사코
휴초
2019. 4. 2. 02:42
책이나 읽을걸
작가: 유즈키 아사코
출판사: 21세기 북스
재치있고 정갈한 에세이! 일본 작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고전문학 속 여성 캐릭터들에 관해 떠드는데 사랑스럽다. 읽으면서 확실히 내 고전 독서량이 적구나 반성도 하게 된다.(나열된 것들 중 읽은 책이 한손에 꼽힘 하)
누가봐도 고전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된 여성 캐릭터도 이렇게 매력적이게 서술할 수 있구나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에 대한 글을 쓰면서 즐거워하는 작가의 마음이 글에 흠뻑 묻어나와 나도 읽으면서 즐거웠다.
「양말도, 심지어 두건까지 눈부시게 새하얬다. 두건은 새로운 머리 모양으로 예쁘게 빗어 올린 검은 머리칼 위에 귀엽게 얹혀있었다. 숄만큼은 새것이었다. 게다가 부드럽고 예쁜 노란색이 밀가루처럼 뽀얀 파데트의 피부를 한껏 돋보이게 했다.(...) 무슨 꽃과 풀을 어떻게 조합했는지 몰라도 얼굴은 새하얗고 손은 사랑스러웠다. 파데트의 모습은 마치 한 떨기 새하얀 산사나무 꽃처럼 또렷하게 피어 있었다.」
꽃과 풀의 조합? 화장수를 손수 만들었다는 건가? 숄을 ‘밀가루처럼 뽀얀 피부’를 돋보이게 하는 노랑으로 고른 것은 과연 컬러 코디네이터의 솜씨다! pg. 50
문학을 읽든 영상을 보든 나는 여성에게 엄격하고 남성에게 너그러운 것일까, 제작자들이 여성을 신경안쓰고 남성의 입체적인 면을 창조해내는 데 집중하는 것일까, 여성인물들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해 아쉬운 적이 많았다. 글솜씨가 부족해 옮기진 못하지만, 예상외로 읽고나서 생각할 게 많아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