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191127 #45 마드리드 (3)
#45
마드리드 (3)
미술관, 미술관, 미술관
오늘은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을 갔다. 어제 프라도 미술관을 한참 헤매서 그런지 훨씬 아담한 크기의 미술관이라고 느껴졌다. 이 미술관은 깔끔하게 방문객의 관람코스를 정해주어서 그 코스대로 미술관 전체를 구경했다. 아, 다리가 또 너무 아팠다. 이틀 연속 미술관은 무리였던 걸까....(그런데 나는 내일도 미술관을 하나 더 간다. 젠장.) 이때까지 미술관을 다니면서 느꼈던 그림 앞에서의 감동을 오늘은 느낄 수 없었어서 아쉬웠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였다.
미술관 자체는 좋았다. 교과서에서 봤어, 길거리에서 봤어,라고 신나게 언급할 만한 명작까지는 없었는데 유명 화가의 작품들이 꽤 있었고, 연도별, 국가별로 세심하게 나누어져 전시되어 있었다. 아쉬웠던 것은 그림 옆에 설명이 적혀 있지 않아서 대부분의 작품을 오디오 가이드에 의존해서 감상해야 했는데 오디오 가이드가 배정되지 않은 작품은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수가 없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계속 듣다가 집중력이 떨어져서 짜증 나기도 했다. 그래도 서양미술사를 중세시대부터 쭈욱 들을 수 있어서,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진귀한 경험이었다고 정리해보겠다.
기억나는 건 살바도르 달리와 칸딘스키, 리히텐슈타인, 샤갈.
낮잠
분명히 여덟 시간 남짓을 아무 방해 없이 평화롭게 잤는데, 미술관을 돌면서 계속 하품이 나왔다. 졸리고 다리가, 발이 아파서 모든 게 다 짜증 났다. 다행히 숙소가 근처에 있어서 무작정 숙소에서 낮잠을 두 시간 정도 잤다. 두시간 정도 자다가 일어나니 하늘은 구름이 가득 껴 있었다. 분명히 숙소로 오는 길만 해도 하늘이 시퍼렇고 예뻤는데! 낮 동안 광장과 공원, 분수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억울하고 나 자신이 한심했지만 어쩔 수 있나. 깨서 유명 츄러스 집으로 향해서 초콜릿과 츄러스를 먹었다. (느끼하고 달았다. 그냥 그랬음...) 오는 길에 마드리드 자석을 하나 사고, 뜬금없는 밤 산책을 하다가 숙소로 다시 돌아와 씻고 침대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낮잠 때문에 밤에 잠이 안 오면 어떡하나 걱정이다.
아, 어제 잠들기 전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봤다. 호아킨 소로야의 바다 그림을 다시 한번 들춰보다가 여름의 따뜻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충동 때문에 영화를 골랐다. 음악이 좋았고, 영화 자체는 예뻤고, 마무리가 아쉬웠고, 티모시 샬라메 최고...... 영화 전반부와 중반부는 거의 티모시 샬라메만을 비추며 영화가 흘러가는데 그 사소한 순간들을, 감정을 내비치는 게 대단했다. 나도 여름에 이탈리아에서 수영하고 책 읽으면서 휴가 보내고 싶다.,,,,
그래서 내일은?
내일 아침 열 시에 마드리드 왕궁 티켓을 하나 예약해놓았다. 구경에는 두 시간 정도가 걸릴듯하고, 국립 소피아 예술센터도 들려야 하는데 지금 찾아보니 이곳도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주요 작품만 정해놓고 빨리 관광을 끝내야 할 듯싶다. 숙소에 돌아와서 빨래를 해야 하고 짐을 미리 챙겨야 한다. 그러고 나면은 산 미구엘 시장에 들를 시간이 나겠지? 맛집 찾아나야지. 바르셀로나 여행도 준비해야 한다.